입문호흡 - 도종사님 말씀
입문호흡
이번에는 입문호흡(入門呼吸)에 대해 이야기해 보자. 우리 인생은 생리적(生理的)인 어떤 측면에서 살펴보면 재미있다. 어린아이거나 청년이든 노인이든 간에 모두가 횡경막과 흉근 등의 작용(作用)으로 폐(肺)를 통하여 숨을 쉬는데 어린아이들은 아랫배를 불룩이며 숨을 쉬다가 사춘기가 되면서 감정(感情)이 풍부해져 사고(思考)가 깊게 되어 가만히 생각에 잠김에 따라 호흡이 가슴으로 뛰어 오르기 시작하며 청년시절에는 활발한 가슴호흡을 하다가 장년이 되어서는 가슴의 움직임도 거의 없게 되며 노년이 되어서는 어깨를 움직이며 호흡을 하다가 크게 어깨를 들먹이며 호흡이 거칠고 빨라져 호흡수와 맥박수가 같게 되면 하루를 못 넘기고 죽게 되는 것이다.
이런 측면에서 볼 땐 인생이란 아랫배에서부터 어깨까지의 호흡의 행로(行路)라 할 수 있지 않겠는가?
또 이런 호흡의 변화(變化)에 따른 우리 몸의 기운(氣運)의 행로가 있으니 살펴보면, 어린아이 때에는 기운이 발로 모여있어 한 겨울에도 맨발로 추위를 못 느끼며 발을 좀 덮어주면 차버리고 갑갑해 한다. 좀 자라서 무릎에 기운이 오르면 잠시도 가만히 있지 못하고 잔걸음질 치며 돌아다니게 되고 사춘기 때쯤 해서는 기운이 하초(下焦)에 몰려 남녀가 서로 그리워하게 되며 호흡이 점점 가슴에 오르게 되니 청년이 되고 장년이 되며 생을 설계하고 많은 일을 하며, 많이 먹고 마셔가며 야망을 이루려 혼신을 다해 노력하다 황혼을 느끼게 되면 한껏 욕심을 부려 갈무리하려다 어느덧 노년을 맞아 쇠잔한 기운은 머리에 올라와 있어 생각이 꼬리를 물게 되며 끊임없는 염려와 상념으로 잠도 없게 된다. 건강을 잘 지킨 자는 지혜가 꽃이 피어 용기 있는 젊은이들의 좋은 지도자가 되지만, 혹자는 망령을 부리다 지루하고 비참한 생애를 마치기도 한다. 이런 측면에서 보니 호흡에 따라 기운이 발에서부터 머리까지의 이동이 인생의 행로인 것 같기도 하지 않은가?
어떻든 간에 어깨호흡을 아랫배로, 머리의 기운을 발 아래로 끌어내리는 것이 급한 문제인 것 같다. 이 두 문제를 바른 호흡법으로 해결할 수 있으니 느리고 깊은 호흡에 따라 마음을 닦는 것이다. 어린아이처럼 아랫배로 호흡을 끌어내렸다 하면 호흡의 속도는 어떻게 정해야 할까?
어린이는 폐와 심장이 완전히 성숙되지 못했기 때문에 심장의 박동이 어른에 비해 빠르고 그에 따라 호흡도 빠른데, 이런 횟수에 맞춰 호흡을 해보면 안정이 되지 않고 분주하며 항상 흥분된 상태에 있다가 상기되고 어지럽게 됨을 체험하게 될 것이다.
그러면 우리 선조들을 어떻게 하여 5초 단위로 흡(吸)하고 호(呼)를 시작하여 20초 호흡까지를 기초로 삼으셨을까. 물론 내관을 통하여 가장 적절히 정하신 줄 믿지만 국선도에 처음 입문(入門)하신 분이나 망설이고 계신 분들은 그런 통찰력이나 직관력은 믿기가 쉽지 않겠고 자연과학적인 통계학이 쉽게 믿어질 것이다.
우리 주위에 친근히 알려진 몇 가지 동물의 호흡법과 수명(壽命)의 관계를 간단히 살펴보면,
거북이가 1분에 2 ~ 3회 호흡한다 하며 수명은 250 ~ 300년
코끼리가 1분에 5 ~ 6회 호흡한다 하면 수명은 150 ~ 200년
사람이 1분에 20 ~ 25회 호흡한다 하며 수명은 70 ~ 80년
개가 1분에 80 ~ 90회 호흡한다 하며 수명은 15 ~ 20년을 산다 하니 옛 어른들께서도 관찰하시고 응용하셨을 수 있었을 것이라 생각해 본다.
처음부터 거북이처럼 1분에 2 ~ 3회 하기에는 무리가 있으니까 코끼리처럼 1분에 6회를 하다 보니 5초 흡(吸)하고 5초 호(呼)가 되었고 숙달됨에 따라 거북이처럼 1분에 3회, 즉 20초 호흡을 순조롭게 하게 되니 우리 국선도의 첫 번째 수련단계인 중기단법(中氣丹法)의 조식(調息)수련(修煉)과정이 된다.
불수의근(不隨意筋)이자 수의근(隨意筋)인 횡격막의 주된 운동으로 우리가 원하는 깊은 호흡을 할 수가 있는데, 이렇게 깊은 호흡을 하면 우리 인체내(人體內)에는 어떤 변화가 일어나는지 살펴보자.
보통 성인의 경우 평상시 호흡에 따른 횡경막의 상하운동폭이 2㎝정도인데 이때 공기의 유통량이 0.5리터(500㏄)정도 들어오고 나간다 한다.
그런데 단전호흡(丹田呼吸)을 하면 횡경막의 상하 움직임의 폭이 6 ~ 8㎝ 움직이게 되고 횡경막이 1㎝ 하향하는데 약 0.25리터(250㏄)의 공기 양이 더 흡입(吸入)되기 때문에 우리 인체 곳곳에 산소를 필요로 하는 곳과 특히 뇌에 항상 충분한 산소를 공급한다. 그러므로 지속적인 정신집중을 필요로 하는 사무직 직장인이나 공부하는 학생들이 단전호흡을 익히면 피로함이 없이 항상 맑은 정신으로 좋은 능률을 올릴 수 있다. 또 원활한 산소의 공급으로 인체내의 불필요한 지방질을 연소시켜 주기 때문에 비만증이나 고혈압, 당뇨병, 지방간 같은 성인병 치유에도 큰 도움을 줄 수 있다.
또 횡경막의 활발한 운동으로 간뇌에서부터 내려온 자율신경의 줄기가 횡경막의 척추부분에 연결되어 자극을 좋게 주므로 간뇌와 중뇌의 자연치유력이 활성화되어 모든 질병으로부터 회복에 큰 도움을 얻을 수 있고 안정적인 심호흡에 따른 장부(臟腑)의 긴축과 이완작용을 도와 교감과 부교감신경의 조화가 이루어지게 되니 자율신경이 조절, 강화되기도 한다.
또 깊은 호흡을 하자면 하단전(下丹田)에 정신을 집중하며 호흡을 하게 되는데, 이 의념(意念)의 집중만으로도 기혈(氣血)이 집중초점(集中焦點)에 몰려 정(精)이 충만해지는 것인데 허(虛)와 실(實)의 단순한 호흡운동에 마음을 싣다 보면 일상생활에 흥분되었던 신피질인 대뇌가 쉬게 되고, 우리의 생명유지와 건강을 위한 자연치유력을 담당하는 중뇌와 간뇌가 활력을 얻어 본래 가지고 있었던 초인적인 역량을 발현하기도 하며 자연치유력이 강화되어 모든 병으로부터 회복될 수가 있다.
이 밖에도 자율신경의 조화와 복압의 강화로 소화흡수기능이 강화되고 배설기능이 순조로워지며, 간(肝)과 신(腎)의 혈(血) 흐름이 증가되어 우리 몸의 모든 독소를 걸러내미 분해하여 항상 청신한 기혈(氣血)을 유지시켜 주고, 생식기능이 강화되는 등 완전한 육체의 건강을 지켜나갈 수 있게 된다.
또 그렇게 호흡이 길어지게 되면 자연히 호흡이 깊고 고르게 되는데, 이렇게 하다 보면 모든 심파가 가라앉아 항상 평안한 가운데 모든 일에 심적 여유가 생기게 되어 매사에 진중하게 되며 깨달음의 지혜가 생기게 되어 절로 중후한 인격으로 발전되어 간다.
잠시 되돌아 생각해 보면 자신을 망쳤던 모든 일들은 가만히 숨을 죽이면서였거나 대부분 숨이 몹시 거칠어졌던 때였음을 깨닫게 될 것이다.
자, 이제 그만 망설이고 무엇보다 우선하여 수련해야 되겠다는 결심을 갖고 국선도를 찾아 오랜 역사를 통해 많은 사람들이 도움을 얻은 그 방법을 따라 유익을 얻어보자.
우선 가슴에 미미한 호흡을 배로 끌어내려 보자.
예전에는 시골에 가면 논이나 밭일을 하다가 잠시 나무그늘에 누워 낮잠을 즐기던 농부들을 쉽게 볼 수 있었다. 숨을 마실 때면 배꼽을 중심으로 배가 산처럼 올랐다가 토할 때면 꺼지곤 하는 모습을 상상하며….
간단히 몸을 풀고 자리에 누워 양다리는 자연스럽게 벌린다. 무릎을 세워 배 근육의 긴장을 완화시킨 채로 양손은 모아 배꼽 위에 올려놓고 배꼽을 중심(中心)으로 코를 통해 서서히 들어 마신다. 잠시 멎는 듯 하다가 토하기 시작한다. 거의 다 토했을 때 양손에 지그시 힘을 주어 누르며 모든 탁기를 토해낸다. 첫날은 속이 편안해질 때까지 입으로 토하다가 트림이나 폐기가 다 나오고 편안해지면 코를 통해 호(呼)하고 차츰 흡(吸)과 호(呼)의 시간이 같게 조절한 후 선도주 테이프 소리에 맞춰 나간다.
2 ~ 3일 후 복식호흡이 순조로워지면 그대로 하단전(下丹田) 부위로 내려서 해본다. 무리하게 힘을 주어서는 안되고 호(呼)를 충실히 함으로 적당한 흡(吸)을 하는 법을 체득해야 한다.
아직은 아무것에도 신경 쓰지 말고, 위 아랫배가 다 움직여도 좋으니 배꼽을 중심으로 하던 호흡을 아랫배 중앙을 중심으로 하기만 하면 된다. 흉근과 조화를 이뤄가며 횡경막을 자연스럽게 아래로 잡아당기니 폐에 공기가 가득 들어오고 그에 따라 아랫배가 뿌듯이 올라온다는 느낌이 있으면 된다.
이때 절대로 무리한 힘을 주지 말아야 한다. 그간 왜곡되었던 호흡의 습관으로 경직 둔화된 횡경막 근육을 부드럽게 회복시켜야 하는데, 배 모양을 만들려고 무리하게 힘을 주는 것이 습관화되면 호흡에 작용하는 근육들에 부조화가 이루어져 경직되며 특히 횡경막의 수축에 문제가 생겨 가슴이 결리는 듯 아프고 답답하게 되어 단전호흡을 계속할 수 없을 정도까지 악화될 수 있다. 물론 그런 때에도 올바른 호흡의 회복으로 쉽게 치료할 수 있다.
다시 말하지만 지금은 부드럽고 자연스럽게 아랫배로 끌어내리는 호흡을 공부하는 때다. 배 근육의 힘으로 무리하게 밀지도 말며 강하게 당기지도 말아야 한다. 누구든지 처음 시작할 때는 체내의 요구대로 탁기유출을 위한 호(呼)에 충실하게 되는데 이 때에도 수축하는 배를 따라 양손으로 가볍게 누르며 따라 들어가면 초보자라도 순조롭게 해낼 수가 있다.
2 ~ 3일 수련 후 순조롭게 되면 단전(丹田) 자리를 잡아준다. 이때는 지도자의 도움이 필요한데 하단전(下丹田)에 장지(長指)를 대고 가볍게 대고 호흡을 잘 유도하여 제대로 되면 호(呼)하는 것을 따라 지그시 깊이 눌러주면서 그 감각을 기억하게 하고 그 선을 중심으로 의식을 집중하며 그 선을 따라서 호흡하게 한다.
가슴에서부터 아랫배까지 모든 부분이 자연스러우며 윗배는 덜 움직이고 흡(吸)할 때 배 근육은 약간의 힘이 아래(등뒤)에서 솟아 오르는 듯 뿌듯이 느껴지고, 호(呼)할 때 배근육이 등쪽 한 점을 향해 함몰해 들어가듯 꺼지면 되는 것이다.
순조롭게 되면 중기단법 동작을 익혀가며 하다가 때를 따라 지도자의 지시를 받아 중기단법 전편으로 들어간다. 전편에 기록했던 모든 사항에 유의하며 성심껏 수련하면 첫발을 굳게 딛게 될 것이고 따라서 많은 유익을 얻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