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선도/도종사님 말씀

창립 36주년 기념식-기념사(도종사) -2003년 4월 12일

비경(秘境)을 찾아서... 2003. 4. 12. 13:59
창립 36주년 기념식
- 기 념 사 -
(도종사 도운 허경무)

․일시: 2003년 4월 12일(토) 오후 4시
․장소: 영동수련원


국선도를 사랑하시는 여러분!

우리 민족 고유의 심신 수련법인 현묘지도(玄妙之道) 국선도가 이 세상에 뿌리를 내린 지 36주년을 기념하는 이 자리를 빛내 주시기 위해서 원근 각지에서 이렇게 달려와 주신 내외 귀빈 여러분, 그리고 국선도 가족 여러분께 심심한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국선도는 9700여 년을 우리 민족과 함께 흥망과 성쇠를 같이 하며, 대자연과 조화를 이룰 수 있도록, 우리 선조들의 빛나는 지혜를 결집하여 오늘에 이르른 참으로 귀하고 소중하며 자랑스러운 우리의 문화유산인 것입니다.
이렇게 장구한 역사를 지닌 국선도가 근세에 와서는 아주 오랫동안 산중에 비전(秘傳)되어 오다가 36년 전 우리 시대의 큰 스승이신 비경선사님에 의해 국선도라는 이 거목의 작은 씨앗이 시중에 뿌려지게 된 것입니다.

36년 동안 이 귀한 나무는 싹을 내고 잎을 내며 줄기가 자라 지금에 와서는 제법 가지도 많이 뻗고 잎이 무성해 많은 사람들의 필요를 공급하게 되었습니다.
이 나무의 열매는 생명력이 충일해서 이를 취하는 자마다 활력을 되찾고 이 줄기와 잎은 좋은 약재가 되어서 병고에 시달리는 많은 사람들에게 아주 좋은 소식이 되고 위안이 되어 왔습니다. 그런가 하면 이 나무의 그늘은 아주 신선해서 세상에 살면서 피곤하고 지친 많은 사람들의 휴식처가 되어 주었습니다.

우리들은 오늘 이 시간 이를 감사하며 기념하고자 하는 바입니다.

이 시중에서는 그리 긴 역사라 할 수 없지만 이 나무가 자라면서 겪었던 크고 작은 어려웠던 일, 그리고 기뻤던 일이 많이 있었습니다.
그리고 이 나무는 정성어린 많은 손길에 의해서 가꾸어져 왔으며, 눈물어린 희생과 봉사, 열정 속에 이 나무가 이만큼 자라오게 된 것입니다.
우리는 그들의 노고를 잊지 않고 감사하는 마음이 이어져 나가기를 기대하며, 또 이 모든 것을 후대에게 계속 전해주기 위해 이 행사를 계속 해 나가는 것입니다.
이제 이 귀한 나무는 우리들에게 맡겨졌습니다. 이 나무를 가꾸어야 될 우리들은 거기에 대한 상식이 부족해서 혹시 이 나무에 해는 입히지 않을까 하는 걱정과 염려와 조심하는 마음에 있어서는 아마 여러분과 제가 하나일 것 같습니다. 그러나 귀하게 가꾸어지는 나무는 그 나무가 웬만큼 자라면 나무 수형(樹形)을 바로잡기 위해서 전정(剪定)하고 다듬어주듯이, 이 나무도 더욱 크고 균형 있게 자라서 더 많은 사람들에게 더욱 많은 유익을 줄 수 있게 하기 위하여 가지 치는 아픔을 겪어야 하게 되었나 봅니다.

나무를 전정하고 가꾸는 데는 몇 가지 원칙이 있습니다. 이 시간 그런 원칙이 우리 개개인과 우리 단체를 성장시키는 데 어떠한 도움이 되고 어떻게 응용이 될 수 있을까를 한번 생각해 보기로 하겠습니다.

과일 나무를 잘 가꾸려면 우선 싸카(sucker:吸根)는 눈에 띠는 대로 제거해야 됩니다. 싸카는 이를테면 장미나무의 둥치에 찔레나무가 자라 나가는 것을 말합니다. 이 장미 원 둥치에 자라는 찔레나무는 본능이나 생명력이 아주 강해서 그대로 놔두면 장미로 올라가는 모든 영양분을 섭취하기 때문에 장미는 그대로 시들어 죽고 마는 것입니다.
사과나무에 준한다면 돌사과나무의 싹을 제거해 버려야 되는 것이고, 배나무라면 돌배나무의 싹은 보는 대로 잘라 도려내야 되는 것입니다. 왜냐하면 과일을 원하는 그 본래의 나무가 시들기 때문인 것입니다.

그리고 병든 가지를 발견하면 즉시 잘라내야 되는 것입니다. 잘라낼뿐더러 이 가지를 곧 불에 태워야 되는 것입니다. 그렇지 않으면 이 병균이 모든 나무에 전염되고 말 것이기에 그 나무를 태워야 되는 것이고, 그뿐만 아니라 전정가위나 톱 같은 기구도 불에 그을려 소독을 해야 되는 것입니다. 왜냐하면 더러운 것을 보고 듣고 만졌기 때문에 소독을 하지 않으면 그 영향이 또 다른 나무에 전해지기 때문입니다.

다음에는 도장지(徒長枝)를 잘라내야 됩니다. 도장지라는 것은 다른 나뭇가지의 입장은 생각하지 않고 혼자 하늘을 찌를 듯 솟아오르는 세력 좋은 가지를 말하는 것입니다. 이 나뭇가지 하나를 볼 때는 가장 세력이 좋고 아주 좋은 가지 같지만 나무 전체의 균형을 깨뜨리기 때문에 이것을 잘라내야 되는 것입니다.

다음에는 또 교지(交枝)를 잘라내야 됩니다. 교지라는 것은 가지가 자라가야 할 방향으로 나가지 않고 다른 방향으로 자라면서 정상적인 가지의 성장을 방해하기 때문에 이것을 잘라내야 하는 것입니다.

다음에는 나무 전체의 모양을 보고 균형을 잡기 위해서 가지치기를 하고 다듬어주어야 하는 것입니다. 그러고 난 다음에 나무 전체에 햇빛과 바람이 잘 통하도록, 그리고 희망하는 과일의 크기와 과일의 수량을 감안해서 또 나무의 아름다운 모양을 고려해서 다듬어줘야 되는 것입니다.

이때 중요한 것이, 우리가 냉철하게 판단하고 또 심사숙고해서 결정해야 될 것이, 교지와 도장지를 잘라내는 것입니다. 이 두 가지는 아주 세력이 좋은 가지로서 다른 가지보다도 뛰어나 보이기 때문에 이로 인해서 많은 과일이 열릴 것을 기대하고 망설이며 아쉬워하기가 쉽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나무 전체의 균형과 그 나무의 앞날을 위해서 과감히 잘라내는 아픔을 감수할 수 있어야 되는 것입니다.

이런 가지를 잘라낸 그 상처의 자리가 크기 때문에 나무의 진액을 내어서 잘 아물게 하지 않으면 그 상처를 통해서 병균과 병충이 파고들어 그 나무를 병들게 하고, 심하면 위태롭게 하는 것입니다.
특히 이 나무가 감정에 젖어서, 전에 함께 부딪치며 지내던 그런 아쉬움에 젖어서, 눈물과 같은 수액(樹液)만 흘려낸다면 그 연약한 기운의 파장을 타고, 또 달콤한 수액을 타고서 모든 병인(病因)이 이 나무로 침범해서 병들게 하는 것입니다.
이것을 생각할 때 이 나무가 성장하기 위해 준비한 모든 힘을 다 들여서라도 진액을 내어 이 상처를 감싸서 아무 병인도 침범하지 못하도록 잘 지켜나가야 하는 것이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입니다.
나무를 가꾸고 다듬어 나가는 이런 원칙은 우리의 나쁜 습관을 고쳐 나가고 우리의 정신 자세를 세워나가는 데도 도움이 될 수 있으리라 생각됩니다.

여러분, 지금 우리는 과거 어느 때보다도 우리 스승님들께서 제시한 인생의 바른 목적과 그를 위한 비전(vision)을 함께 보고 굳건한 걸음걸음을 옮겨놓아야 할 때입니다. 왜냐하면 우리가 이 나무로부터 먼저 혜택을 받았기 때문에 이 나무를 더욱 크게 성장시키고 이 씨앗을 세계만방에 전해서 더 많은 나무, 더 큰 나무로 자라게 할 의무가 있고 시대적 사명이 있기 때문입니다.
선조님들의 선한 뜻을 이어나가기 위해 이 시간 여러분들께서 다시 한번 마음 자세를 강하게 하시고 또 의지를 굳건히 세우는 시간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사실 오늘 어린애 돌잔치처럼 기쁘기만 해야 될텐데 제가 무거운 이야기를 한 것 같아서 죄송합니다.
참으로 오랜만에 기쁘고 반가운 얼굴을 마주하며 함께 하신 자리이니 모쪼록 담소를 나누시고 흉금을 열어서 즐거운 시간을 가지시기 바랍니다.

감사합니다.